경계를 넘는 뉴스 depayine_burma

Published on 2월 12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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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버마의 디페인을 기억하라

지난 5월 30일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버마(미얀마) 민주화운동가들에게 더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디페인(Depayin) 학살사건 발생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재한 버마인들은 미얀마대사관 앞으로 달려가 항의시위를 벌였고, 한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버마 군사정권의 학살만행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2년전인 2003년 5월 30일, 디페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당시 두 번째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지 1년이 채 안되던 아웅산수찌를 포함한 주요 버마민족민주동맹(NLD) 당원들이 전국을 돌며 순회유세를 벌이던 중, 버마 북부의 디페인 지역에서 일단의 친정부세력으로부터 습격을 당한 것이다. 아웅산수찌 여사는 가택연금 해제 후 정부와 대립의 강도를 낮추면서 대화를 지속해오던 상황이었고 유세여행에 대해서도 정부와 사전에 조율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날 충돌로 NLD 당원과 군중 수백여명이 살해와 강간 등 폭행에 희생되었으며 아웅산수찌와 당 간부들은 사태 진압에 나선 정부군에 의해 신변보호를 명목으로 격리조치되었다.

이러한 소식은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봉쇄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훨씬 신속히 전달되었고,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어렵게 민주화운동을 벌여오던 버마 활동가들에게 이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1988년 8888 항쟁과 1990년 짓밟힌 총선거의 아픔을 간직한 채 떠나온 고국. 남아있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내리꽂히는 탄압의 화살을 함께 막아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그런 사정은 한국에 와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 재한 NLD 활동가들은 사태의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삭발까지 한 채 미얀마대사관앞에서 연일 군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몇몇 활동가들은 인근 경찰서로 연행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늘 그랬듯이 대사관은 물론 군부로부터 어떠한 반응을 얻어낼 수 없었다.

한동안 이들의 신변은커녕 소재조차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NLD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깊은 우려를 나타냈지만 군부는 요지부동이었다. 특히 디페인에서의 충돌과 학살이 군부가 개입, 주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자 국제연합은 인권특사를 파견, 아웅산수찌 면담과 진상조사를 추진하려 했으나 이 역시 거부되었다. 사태 이후 온건파가 주도하고 있던 버마 군부는 민주화 이행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유화 제스쳐를 취하는 듯 하다 지난해 가을 또다시 강경파의 쿠데타로 지도부가 전격 교체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2월, 디페인에서 함께 감금되었던 NLD 부의장 우틴우가 석방되었지만 아웅산수찌를 비롯, 사태 당시 끌려간 수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은 여전히 감금상태로 남아있다.

버마 군부 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버마의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군부는 지나간 선거의 결과를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거냐고 민주화세력을 비난하기 전에 학살만행의 진상을 밝히고 또다시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한다. 한국 정부는 버마의 경제발전에 기여한다고, 인프라 건설의 이득을 안겨준다고 추켜주며 기업진출을 독려하기 이전에 노동, 주거, 아동, 여성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버마 군부에 요구해야 한다. 또한 신변의 위험에 어쩔 수 없이 망명을 택한 민주화운동가들을 외면해서도 안될 일이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디페인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 87년 민주화운동이 있었다면 버마에는 8888항쟁이 있었다. 한국에 광주가 있었다면 버마에는 디페인이 있었다. 민주화를 일군 한국 사회는 지금 광주를 포함, 과거사를 규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의 광주와 같이 디페인도 언젠가는 진상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학살과 탄압의 참상을 기억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연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2005. 06. 01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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