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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2월 12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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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려대학과 호프스트라 대학의 스승들

가끔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요즘 대학생들’이 화제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 대학생들‘과는 달리 정치나 사회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을뿐더러 대학 교정에는 취업을 위한 토익 특강이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선전하는 플래카드만 난무하니 대학이 거대한 학원단지로 변질된 것 같다는 류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 지난 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일어났다.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고려대생들의 시위 이야기다.

전후 과정이야 다들 잘 알고 있을테니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명색이 순이익 1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거대재벌을 이끄는 ‘회장님, 우리 회장님’께서 아직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된다’며 헌법으로도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현실에서 명예박사학위 수여 자체만을 놓고서는 별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일이 터지자마자 바로 ‘책임을 통감하고 교육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낀’ 나머지 보직사퇴라는 결단을 내리신(물론 반려되긴 했지만) 처장단 교수님들께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지난 월요일, 미국 뉴욕주 헴프스테드에 위치한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의 색다른 투표가 열렸다. 대학 구내에 음료수를 공급하던 코카콜라 사와의 독점계약을 종료하는 문제에 대한 투표였는데, 전체 약 490명의 교수들 중 131명이 참여하여 단 한명의 반대표를 제외하고 전원이 독점계약 종료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2주 전 대학 학생회가 같은 내용의 학생투표를 거쳐 코카콜라와의 계약 종료를 요구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 대학 학생들과 교수들은 ‘고작’ 음료수 하나를 가지고 투표까지 벌이는 호들갑을 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거대 초국적기업인 코카콜라 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코카콜라 불매운동을 이끄는 ‘Campaign to Stop Killer Coke’란 단체에 따르면, 1989년 이래 콜롬비아의 코카콜라 공장에서 일하던 노조 지도자들 중 8명이 반노조 폭력으로 잇달아 살해된 일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코카콜라 본사가 콜롬비아 뿐만 아니라 브라질, 과테말라 등 남미의 자회사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반노조 정책과 폭력을 묵인, 방조한 데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도 케랄라 주 등에서는 현지 코카콜라 공장이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뽑아 쓰는 바람에 주민들이 농사지을 물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고, 공장에서 방출한 폐수에 식수마저 오염되는 등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호프스트라 대학 뿐만 아니라 뉴욕대, 미시건대 등 약 90여 개의 대학에서 코카콜라 제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매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 측과 교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물론 대학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이미 뉴욕의 바드 칼리지, 오하이오 오버린 칼리지, 심지어는 바다 건너 아일랜드의 더블린 칼리지와 트리니티 칼리지, 국립 예술 디자인 칼리지 등의 대학에서는 코카콜라의 학내 판매를 아예 금지시킨다고 대학측 대변인이 발표했으며, 다른 미국내 6개 대학에서도 대학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해 표결에 붙일 예정이라 한다. 그리고, 지난 6일에는 각 대학 행정담당 교수들과 학생들이 코카콜라 사가 인권과 환경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 비록 비공식적인 만남이긴 하지만 워싱턴에서 본사의 경영진들과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혹자는 ‘평화적인’ 불매운동과 고려대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는 다르지 않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고려대생들이 도를 넘어선 과격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굳이 답하자면 미국 대학생들도 불매 운동 과정에서 일부 자판기를 부수기도 하고 건물 점거도 하는데 그것 때문에 보직교수가 사표 제출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봤다.

어쨌든, 미래를 이끌어갈 사회의 주춧돌인 대학생들이 나중에 자신들이 몸담게 될 지도 모르는(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충분히 근거있는 문제제기를 했을 때 고려대 보직교수들이 보인 반응과 호프스트라 대학 교수들의 태도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 날 교수모임에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동료 교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천과 결정이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것이 교육자의 책임이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은 우리 사회의 양심의 소리여야 하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니는 우리 대학은 (기업이)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200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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