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뉴스 4

Published on 2월 13th, 2013 | by 경계를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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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월마트화(Wal-martization)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다들 알다시피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삼성’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기억으로는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편중을 이야기할 때 거론됐던 재벌그룹들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그다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특정 기업이 경제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아니 단순히 영향력을 넘어서 권력으로까지 이야기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똑바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이끌어가는 것이 맞는가. 그들은 정해진 룰을 제대로 지켜왔는가. 그들의 잘못은 누가 감시하고 제어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한국사회의 삼성공화국화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한번쯤 비교해보면서 생각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은 한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사례가 있어 소개를 할까 한다. 바로 순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기업, 월마트이다.

솔직히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삼성과 월마트가 어떤 유사성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워낙 경제에 문외한인 지라 잘 모르겠으나, 나 같은 평범한 일반인의 귀에 월마트의 사례가 꽂히게 된 것은 최근 미국에서도 미국이 점점 ‘월마트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점, 삼성처럼 월마트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된다’는 방침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는 점이 출발점이었다.

월마트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2년 미국 아칸소 주의 로저스 마을이란 곳에서다. 아칸소 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지사를 지냈던 곳이라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곳이지만, 미국에서도 소득수준이 낮은 남부 변두리 주라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로저스는 인구가 5천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월마트의 창업주인 샘 월튼은 그런 시골에 ‘월마트 디스카운트 시티’라는 할인매장으로 유통업에 첫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당시 그는 ‘우리는 남보다 싸게 팝니다’란 간판을 내걸고 주변 다른 가게보다 훨씬 싼 가격에 물건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의 월마트를 가능케 한 ‘상시저가(Every Day Low Price, EDLP)’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워낙 작은 동네였기에 별다른 홍보비 지출 없이도 월마트의 싼 가격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주변으로 하나씩 하나씩 점포를 늘려가기 시작했다(원 스토어One store 정책). 이 후 공산품 중심의 할인점에 식품점을 결합한 슈퍼센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열면서 월마트는 취급분야를 더 넓혀 갔고,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게 된다.

그러자,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저만치 앞서가던 시어즈와 K마트 등은 월마트의 저가공세를 토대로 한 확장전략에 위협을 느끼고 고급화 전략(K마트)과 맞불 할인공세(시어즈)로 맞섰으나, 점점 월마트를 당해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199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는 월마트가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선두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월마트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배경에는 앞서 말한 최저가정책을 통한 공격적 확장전략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거기에다가 아직 컴퓨터가 생소했던 시절에 이미 본사와 각 매장, 납품업체를 연결하는 전산시스템과 바코드 시스템, 자체 인공위성 3대 등을 갖춰 가격동향 체크, 물류, 재고처리 등에 활용하는 선진유통기법을 개발한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명제 하에 고객을 상관처럼 대하도록 하는 서비스 정책, 직원들이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15% 싼 값에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직원보상제도 등이 일반적으로 월마트의 성공에 기여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무튼, 월마트는 지난 40여 년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2000년대에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전 세계 약 10여 개국 5천여 개의 매장에서 1백 50만 명의 노동자들이 매주 약 1억 3,800만 명의 고객을 상대로 연간 2,852억 달러 어치의 물건을 파는 공룡기업이 된 것이다. 오늘날 미국인들 10명 중 9명이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미국 노동인구 123명 중 1명이 월마트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미국인들의 일상 소비생활에서 월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보통의 소비자 입장에서야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월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쇼핑 카트 가득히 상품을 싣고 행복한 얼굴로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미는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굴 가득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월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월마트는 자신들이 미국 내에서만 약 1백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월마트가 ‘창출’한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주로 유색인종, 여성, 비정규직이 다수인 월마트 노동자들은 보통 시간당 9달러, 연봉 1만 4천 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돈은 미국 3인 가족 기준 빈곤 기준인 연 1만 5천 달러에도 못 미치고, 미국 통계청이 조사한 전 산업 평균임금 22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월마트가 빈곤층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근무시간 외 청소와 영업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은 초과근무시간에 넣지 않아 잔업수당으로 부족한 임금을 보전할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월마트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은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월마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월마트가 저임금을 받고 장시간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할 뿐이라며, 고용의 월마트화를 막아야한다고 역설한다.

월마트의 노동착취 논란은 비단 미국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마트는 경쟁업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싼값에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전 세계 6만 5천여 납품업체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낮은 납품가와 비용절감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품업체들이 월마트가 요구하는 가격에 납품가를 맞추려면 생산비용을 어떻게 해서든 낮춰야 하는데, 공장설비나 원자재 구입 등에 드는 돈은 쉽게 줄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월마트에 의류를 납품하는 니카라과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두 아이의 일주일 분 우유값 4달러를 벌려면 꼬박 이틀 동안 재봉일을 해야 한다고 한 신문보도는 전한다. 이런 까닭에 지난 1999년 사이판 소재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미국 유명업체 18개사의 하청업체들로부터 구타, 감금 등의 인권유린에 시달리고 있다며 10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월마트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와질랜드, 니카라과 노동자 15명이 최저임금 위반, 무급 초과근무, 폭행 등을 이유로 월마트를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고소한 일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에서는 직원들을 ‘동료(associates)’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하의상달식 경영방식과 직원들과의 파트너쉽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고 한다(리 스콧 회장과의 인터뷰, 매일경제 2004년 3월 9일자). 그러나, 직원들과의 파트너쉽을 강조하면서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모순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럼에도 노조에 대한 월마트의 공식입장은 “우리는 노조에 반대하지 않는다. 노조는 일부 기업에서는 옳을지 모르지만 ‘associates’와 매니저 사이에 제 3자는 필요하지 않다”(월마트 공식 웹사이트 www.walmartfacts.com)는 것으로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물론 모든 노동자들도 경영진과 같은 생각이라면 ‘그 회사 관점 참 이상하네’하고 말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00년 2월, 텍사스 주의 매장에서 정육담당 종업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 하였으나, 월마트는 매장에서 손질이 필요없는 포장고기만을 판매하도록 방침을 바꾸고 핵심 노동자들을 각기 다른 매장으로 분산시켜 노조 설립을 막았다. 올해도 콜로라도의 자동차정비용품 매장 노동자들이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로부터 승인을 받아 노조 설립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였으나, 막상 투표에서는 17대 1로 부결되는 바람에 좌절된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미국 식품상업노조연맹(UFCW) 등은 사측이 외부 참관을 허용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협박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래도 월마트 무노조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캐나다 퀘벡 주 종퀴에르 매장 폐쇄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매장 종업원들은 작년 8월 월마트 사상 최초로 노조를 만들었으나 월마트는 노조 설립 등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5월 매장 자체를 폐쇄해버렸다. 이로 인해 190여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오죽했으면, 이본 벨마르 UFCW 회장이 “30년 노조활동에도 이런 회사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까.

그러나, 어디든 억압이 있으면 그에 비례해 비판과 반발도 커지는 법. 작년 중국 노조(공회)의 중앙조직인 중화노동총공회(ACFTU)는 중국 내 외자기업들 중 월마트와 삼성, 코닥, 델컴퓨터 등 6개사를 노조 설립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하고 조사에 착수해 월마트의 노조 허용 방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미국 산별노조총연맹(AFL-CIO)과 그 산하 노조들은 무려 2백 5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들여 월마트의 무노조 정책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하는 캠페인을 선포하였고, 세계 148개국 1500만 명의 노동자를 포괄하는 서비스부문 연대조직인 ‘국제노조네트워크(Union Network Internnational)’의 핵심사업도 월마트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지원해 무노조 경영을 깨는 것이다.

이제 월마트에 대한 반감과 비판의 목소리는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LA 인근의 잉글우드 시가 작년 4월 주민투표 끝에 월마트의 초대형 슈퍼센터 개장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고, 아직 월마트가 발을 들여놓지 못한 뉴욕에서도 올해 주민들과 시 의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사업을 보류해야만 했다. 주민들은 반대의 이유로 월마트의 무노조 경영과 노동자 착취 외에도 월마트가 들어서면 공격적인 저가공세로 지역의 영세한 소매점들이 문을 닫게 돼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나마 살아남은 소매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월마트화’돼 전체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여기까지는 주로 노동권 측면에만 국한해서 월마트가 미국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USA투데이 지를 비롯한 미국 주류언론과 학자들이 미국이 ‘월마트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 쟁쟁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인지라 한국의 삼성처럼 ‘영향력을 독점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월마트를 포함한 거대 다적기업들은 미국의 정치와 문화에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월마트 얘기만 하자면, 지난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했던 월마트는 올 2월 기업을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의 요건을 강화한 개정 집단소송법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이 바로 통과시켜줌으로써 크나큰 보답을 받았다. 그동안 월마트는 전현직 여성노동자 170만명을 대표한 보상금 추정치 약 20억 달러의 성차별 집단소송을 비롯해 장애인 차별, 감금노동, 노동자 착취, 건강보험 등으로 약 8천여 건의 소송에 걸려 있는 처지라, 집단소송법 개정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월마트는 보수적인 가족주의와 주류 기독교 복음주의를 토대로 미국 문화를 획일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마트 같은 대형할인업체들은 워낙 유통망이 막강해 어린이 성경공부 비디오 시리즈 ‘요나’처럼 그들과 코드가 맞는 문화상품은 금세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줄 수 있고, 반대로 미국 백인 기독교 주류사회를 대놓고 비판한 곡 ‘White America’를 부른 백인 래퍼 에미넴의 CD는 아예 월마트 매장에 발도 못 붙이는 상황이 연출된다. 현대소비사회의 동맥인 유통망을 무기로 월마트는 선택된 가치관을 대중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이식할 수 있는 수준에 점점 접근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 기업이 생겨나 성장하고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에서 밝음과 어두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월마트의 경우처럼 그 기업의 규모와 경제력이 웬만한 국가를 능가할 정도라면 그 명암은 더욱 짙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두운 그늘을 조금씩 밝은 빛으로 채워가는 것일 게다. 그러기 위해서는 밝은 빛을 쬐어오던 소수의 사람들이 어두운 그늘에 앉아있는 다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불빛의 반경을 넓혀갈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 참고할 만한 웹사이트
www.sprawl-busters.com
www.walmartwatch.org
www.union-network.org/UNIsite/Sectors/Commerce/Multinationals/wal_mart_campaign_index_page.htm
www.wakeupwalmart.com

2005-10-25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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