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뉴스 chavez2

Published on 2월 15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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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키호테를 닮은 대통령 차베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빨간 베레모의 공수부대 중령 출신. 친미 우익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실업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거리로 뛰쳐나와 저항하는 민중의 편에 서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하여 옥고를 치르고 나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다.

그가 국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며 일독을 권한 책이 있다. 올해 출판 400주년을 맞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이다. 스페인의 시골 귀족이 기사도 소설 읽기에 탐독한 나머지 정신이 이상해져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자칭하는 기사가 되어 세상의 부정과 부패를 없애고 학대당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몽상에 빠져 낡은 갑옷과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로시난테라는 앙상한 말을 타고 그를 따르는 하인 산초 판사와 함께 겪는 좌충우돌의 모험담을 내용으로 하는 풍자소설이다.

흔히 돈키호테를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자, 시대의 이단아, 앞뒤 계산도 없이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저돌적 인간형과 연결시킨다. 호기심도 많고 고민도 많지만 가는 곳마다 현실세계와 충돌하며 우스꽝스럽게 돌출행동과 돌출발언을 일삼는 돈키호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유토피아적 발상으로 주변 사람들과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져 엉뚱한 것에 집착하고 무모한 도전으로 결국 실패를 맛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돈키호테.

그런데 그는 국민들에게 돈키호테를 따라 배우자고 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돈키호테 소설책 100만권을 제작해 공공장소에서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우리 모두 소설 돈키호테를 읽어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없애고 무질서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나서는 전사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며 “돈키호테의 추종자가 될 것”을 역설하고 “앞뒤 재지 않고 이상을 향해 용기있게 나아가는 행동형 인간이야말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필요한 현실주의자”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어쩌면 돈키호테적 발상을 가진 어느 나라 대통령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우리와 별로 상관도 없을 터인데 그냥 관심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는 19세기 스페인 식민시대 중남미 독립의 전설적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계승해 자주적 진보국가를 건설하고 제2의 중남미 해방을 꿈꾸며 볼리바르 혁명이라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의 독특한 민중혁명을 추진 중에 있다. “민중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한 가난을 없앨 수 없다”는 신념으로 민중의 참여를 볼리바르 혁명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정말 돈키호테 같은 발언과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미국의 정책을 제국주의적이라고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미국 주도의 정의롭지 못한 세계를 바로잡자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 종속되고 의존하는 중남미 지역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경제적 착취의 역사를 종식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중남미 자유무역지대에 맞서 세계 5위의 자국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매개로 한 에너지 협력, 중남미 은행 창설 등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난 중남미 지역의 독자적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제국 중심의 자유시장, 자유무역,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을 기치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대항해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이지, 시장이 결코 신이 아니다”라고 주창하며 민중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에서 벗어나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대안의 경제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 돈키호테적 열정은 브레이크 없는 기차마냥 멈출 기세가 없다. 미국의 노골적인 암살 위협에도, 군사적 침공 위협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막을 길이 없으니 말이다. 친미 기득권 세력의 쿠데타도, 총파업 시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쿠데타 세력에 의해 유배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통령궁은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시위 인파로 뒤덮였다. 대통령직에서 몰아내기는커녕 며칠 만에 복귀함으로써 민중권력이 강화되어 볼리바르 혁명의 가속도만 붙는 형국이 되었다. 석유산업의 명실상부한 국유화를 통해 확보한 재정을 바탕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프로그램이 확대되었다. 지주들로부터는 토지를 몰수하여 경작 농민들에게 분배하였고, 미국의 침공에 대비해 100만 예비군을 양성하기로 하였다.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중동의 알자지라와 같은 방송국을 설립하여 제2의 중남미의 해방을 위한 볼리바르 형제 국가들의 단결을 도모하고 있다.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독재자가 지배하는 북한과 쿠바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어 걱정스럽단다. 1998년 대통령 선거, 2004년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국민소환투표 등 중요한 고비마다 선거혁명으로 오뚜기처럼 부활한 그를 두고 좌파 포퓰리스트(민중주의자)의 선거제도를 악용한 선동에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현혹되었단다. 볼리바르 혁명을 지향하는 그로 인하여 중남미에 좌파 포퓰리즘이 확산되어 중남미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되었단다. 앞으로 중남미 각국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그가 개입하지 않을 선거가 없을 것이란다. 그래서 멕시코, 볼리비아, 니콰라구아, 콜롬비아 등 친미성향의 정권이 흔들거리고 있단다.

민중의 힘을 등에 업은 돈키호테 대통령. 신자유주의에 맞서 돈키호테 정신으로 우고 차베스와 함께 시몬 볼리바르와 체게바라의 전설을 이어가는 베네수엘라 민중들. 우리가 보기에는 초강대국에 당당하게 맞서 조금도 식을 줄 모르는 에너지로 제2의 중남미의 해방을 꿈꾸는 그들이 너무나 무모해 보일 수 있다.

그들이 불의와 허구에 찬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돈키호테처럼 씩씩하게 싸우고 있을 때 우리는 그동안 살아왔던 무기력한 모습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미동맹의 예찬가를 부르며 어두운 터널 속에 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찾아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돈키호테의 꿈이 가소롭게 여겨진다면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이 지겨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언제까지 거꾸로 역사를 읽고 거꾸로 된 세상을 보며 거꾸로 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돈키호테가 되어 돈키호테와 같은 용기와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우리 모두가 돈키호테가 되는 날 세상은 비로소 바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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