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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2월 15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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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권이 사라진 땅, 카슈미르

며칠 전 카슈미르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현재로서는 몇 만 명이 사망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비극입니다. 그리고 저는 카슈미르라는 말을 들으면서 몇 해 전 인도에서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카슈미르에 대한 작은 기억

인도에서 제가 머물던 마을은 전기, 수도, 경찰, 관공서 등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것도 가끔 1시간씩 걸어서 시내로 나가 보게 되는 신문 덕분이었습니다.

그때 신문을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이야기가 인도-파키스탄이 카슈미르를 두고 티격태격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그냥 티격태격 정도가 아니라 핵무기를 쓰느니 마느니 하는 거였죠.

한반도에서 오래 살았던 저에게 국경을 마주대고 있는 두 나라가 티격태격 대는 것이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핵무기라고 하니 조금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러면서 생각 들었던 것이 만약 전쟁이 나면 TV와 신문도 없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하늘을 보니 비행기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불가촉천민이라고 차별 받으며 애가 아파도 병원도 못 가고, 문맹률이 95%나 되는 판국에 저것들은 비행기 띄워가며 핵전쟁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놀고 있으니 이놈의 세상이 우째 된 판국인지…”

그리고 인도 북서부 쪽을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길을 가는데 군인들을 실은 차량이 잔뜩 지나가더라구요. 민방위 훈련을 하나 싶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 봤죠. 왜 이렇게 많은 군인들이 가느냐구요. 그랬더니 카슈미르로 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곤 더 묻지 않았습니다.

카슈미르

옷감 관련해서 캐시미어라는 말이 있죠? 카시미롱이라고 부르셨던 분들도 계실 거구요. 이게 카슈미르 지역에서 옷감을 만들던 방식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저런 글을 읽어보면 카슈미르 지역의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 카슈미르는 인류 역사에서 아름다움만으로는 기억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지진이 나기 이전부터 말입니다.

카슈미르는 오랜 세월 이슬람, 힌두, 불교 등이 섞여서 살아 왔고,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이 지역 또한 영국과 영국이 후원하는 현지의 왕정 권력에 의해 지배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30년대 들어오면서 무슬림이 다수이던 카슈미르에서 힌두 왕정에 대항하는 사회 운동이 벌어집니다. 물론 지배자들은 살해와 체포로 맞서죠. 그리고 이 운동을 이끌고 있던 세이크 압둘라등의 무슬림들은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던 민족해방운동과 친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은 무슬림이기는 하지만 세속주의와 여성평등, 사회주의적 개혁 등을 지향합니다.

이와 달리 인도와 카슈미르 지역의 일부 무슬림들은 인도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기도 하고 압둘라등이 내세우는 토지 개혁등에 반대하고 나섭니다.

그리고 1947년 영국 제국주의가 인도에서 물러나고 인도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할되게 됩니다. 일부 무슬림들이 중심이 되어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를 건설한거죠. 그리고 그들은 아직 어느 쪽으로 편입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카슈미르를 공격합니다. 파키스탄이 공격을 하자 당시 카슈미르의 지배자였던 마하라자는 인도에 편입되는 서류에 서명을 합니다.

계속되는 전투 과정에서 유엔이 휴전을 중재하게 되고 파키스탄과 인도 양쪽이 점령하던 영토를 구획하는 통제선(Line of Control)을 마련하여 카슈미르도 분할됩니다.

이 때부터 파키스탄-인도-카슈미르는 카슈미르는 지역을 놓고 수 십 년 동안 대결과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모두 자기네들 땅으로 만들려고 하고, 카슈미르는 카슈미르대로 독립과 자치를 요구하면서 투쟁이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되찾아야할 민중 자치권과 인간 존엄성

흔히들 카슈미르를 설명할 때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이슬람-힌두라는 종교 분쟁으로 설명하려고도 하구요. 또 카슈미르에 무슬림들이 많으니 파키스탄의 편이 아니겠느냐 또는 파키스탄이 점령하고 있는 카슈미르는 같은 무슬림이기 때문에 잘 대해 주지 않겠냐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슈미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슈미르인들입니다. 지금은 비록 파키스탄쪽 카슈미르와 인도쪽 카슈미르로 나뉘어져 지배를 받고 있지만 그들이 파키스탄에 속하든 인도에 속하든 독립을 하든 그것은 그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들이 무슬림이라고서 해서 파키스탄쪽으로 기울어야할 이유도 없고, 인도가 독립하면서 카슈미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왕이 인도쪽으로 편입 되겠다고 서명 했다고 해서 인도쪽으로 기울어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쿠르드도 팔레스타인도 그렇듯이 카슈미르 문제에 대한 해답도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가만 놔두면 됩니다. 카슈미르 민중들이 무슨 결정을 하든 가만 놔두라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카슈미르를 중심에 두고 파키스탄과 인도가 군비 경쟁, 핵 무기 경쟁을 지속하지 말고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자유를 카슈미르에 선물해야 합니다. 특히 인도(파키스탄도 포함)는 카슈미르를 지배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각종 살해, 정치공작, 강간, 파괴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천국의 모습을 지상에 그린 것이 아니냐며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예찬하던 카슈미르입니다. 하지만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만큼 예전부터 민중들의 고통도 컸나 봅니다.

시인 이크발은 “겨울의 쓰라린 혹한 속에서 벌거벗은 몸은 떨고 있고 그 사람의 기술은 왕실의 숄로 풍요로움을 감싼다”라는 말로 카슈미르인들의 삶의 모습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크발의 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테러리스트라고 몰려 죽임당하고, 여성들은 강간당하지만 파키스탄과 인도의 권력자들은 전쟁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무기 회사들은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인권도 평화도 자치도 침묵하길 강요당하고 있는 땅, 카슈미르. 아체가 쓰나미로 더욱 유명해졌듯 카슈미르가 지진으로 더욱 알려지게 되었지만 이제 카슈미르에서는 지진 피해 복구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성도 복원되어야할 것입니다.

2005.10.11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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