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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3월 15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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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평화유지군에는 평화가 없다

집에 떼강도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 다 죽이고 집안 살림을 다 때려 부쉈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해마다, 철마다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빨래 방망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와서 하는 말이 “니가 빨래 망방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빨래 방망이를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네가 빨래 방망이를 내려놓는지 아닌지를 감시하겠다”며 우리 집 방 하나를 꿰차고 앉습니다. 강도들에게는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앞으로 또 할 건지 말 건지 묻지도 않고, 강도들이 들고 있던 칼을 버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유엔과 유엔 결의안

지난 12월1일 취임식을 치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답게 유엔의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유엔하면 그래도 뭔가 근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유엔이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뭘 했는지를 보면 과연 그렇게 근사할까요?

레바논과 그 주변지역

예를 들어 1990년대 1백만 명 이상이 사망한 대 이라크 경제봉쇄에 대해 유엔은 무엇을 했습니까?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한 달에도 수십 명, 수백 명씩 팔레스타인인들과 이라크인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죽어가는 동안 유엔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유엔에 대해 느끼는 근사함의 뿌리는 대량학살과 침략전쟁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며 자신은 중립적이고 근엄한 척 좋은 말만 골라하는 것입니다. 물론 유엔이 이렇게 된 원인은 탄생할 때부터 미국과 영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평화유지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월12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뒤 한 달 동안 1천 2백 명 가량이 죽고 4천 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1/4인 100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고, 부서진 집만 1만 5천 채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8월11일 채택된 유엔 결의안 1701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헤즈볼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 우리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헤즈볼라로 흘러들어가는 무기를 감시할 것이다”

침략한 이스라엘에게는 책임도 묻지 않고 파괴한 것에 대한 보상이나 복구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이행하겠다고 유엔군이 파병됩니다. 1978년부터 레바논에 주둔했지만 단 한 번도 이스라엘의 침공을 막지 않았던/못했던 유엔군을 말입니다.

테러리스트 이스라엘과 미국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테러는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상징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행하는 불법적 폭력행위’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지난여름 레바논을 침략하면서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화학무기인 인폭탄(phosphorus bomb)을 사용하였고, 이스라엘 정부도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인폭탄은 화학 물질인 인을 공중에서 투하하여, 인이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피부를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만드는 무기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과정에서도 사용했던 무기입니다.

또 이스라엘은 집속폭탄(cluster bomb) 120만발 가량을 사용하여 휴전 이후에도 불발탄의 폭발로 인명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휴전을 앞둔 3일 동안 이스라엘은 집중적으로 집속폭탄을 투하하였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말대로라면 이스라엘은 테러단체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 지역 국가들의 지원 덕분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의 탄생 자체가 영국과 유엔의 지원 때문에 가능했고, 지금까지 중동지역 최대의 깡패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지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유엔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결의안은 헤즈볼라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지 이스라엘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로 영토를 팽창한 뒤 채택된 유엔 결의안 242호에 대해서는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이스라엘에게 결의안을 이행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242호의 내용은 이스라엘에게 전쟁으로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군 레바논 파병을 반대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후 8월11일 유엔 결의안 1701호가 채택되었고, 8월14일부터 헤즈볼라-이스라엘 사이에 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17일 유엔이 각국 정부에게 유엔 임시군(레바논 주둔 유엔 임시군. UNIFIL)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 유엔의 요청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요청 – 한국 정부도 파병을 검토하였습니다.(사실 ‘검토’했다기 보다는 미국의 지시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생각했겠지만 말입니다) 정부가 만든 ‘국군부대의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 파견 동의안’에 보면 파견목적으로 ‘레바논 사태의 안정화와 중동지역의 궁극적인 평화 달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바논 사태라는 것이 과연 무엇입니까? 레바논에 지진이라도 났나요? 아님 어디가 무너지기라도 했습니까? ‘레바논 사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입니다. 따라서 레바논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면 당연히 이스라엘에게 물어야겠죠. 한국 정부가 중동지역 평화를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다면 군대를 파견할 것이 아니라 재침공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1978년 리타니, 1982년 갈릴리의 평화, 1993년 책임, 1996년 분노의 포도, 2006년 정의의 처벌 등 작전명만 바꿔가면서 레바논을 침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침공의 목적이었던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의 파괴나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부 수립이라는 목적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언젠가 레바논을 또다시 침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레바논 민중들의 저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 진보진영의 연대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안도 그렇지만 국제연대운동은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또 한국군 파병과 관련된 문제는 국회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행동과 눈빛은 신문의 헤드라인도, 국회의원들의 찬/반 투표용지도 아닌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다가가 있어야 합니다. 파병되었으니 ‘이젠 안녕’이 아니라 파병되었으니 ‘이제 시작’되어야 합니다. 미사일과 자본만이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도 국경을 넘어 레바논까지 더욱 크게 나아가야 합니다.

2006년 12월 18일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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