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뉴스 20061222

Published on 4월 15th, 2013 | by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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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아이티 PKO 파병 경쟁을 중단하라!

지금 아이티에 절실한 것은 무장군인이 아니라 구호품과 의료진, 그리고 인간 존엄의 회복이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부풀었던 모두의 가슴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13일, 너무나도 참담하고 슬픈 소식이 멀리 중남미의 카리브해로부터 날아들었다. 그 지역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아이티의 수도 포르 투 프랭스 서쪽 약 25km 지점에서 일어난 강도 7.0의 지진으로 인해 나라의 절반 이상이 말 그대로 완전히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언론을 통해 자세히 전해진 바와 같이, 이미 지진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중 매장된 수만 해도 7만구가 넘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망자들까지 합산하면 줄잡아 20만 명에서 30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을 잃은 슬픔은 물론이거니와 식량과 물, 잠자리, 의료, 위생시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도 여전한 여진과 전염병의 공포에 떨면서 말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티 국민들을 도우려는 전세계인들의 따뜻한 연대의 정신과 인류애 또한 한줄기 빛과 같이 어둠을 뚫고 비쳐 나오고 있다. 참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가 인명구조와 부상자 치료,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에서부터, 성금과 물품, 혹은 마음으로나마 아이티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려는 이들 모두가 아이티 국민들 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있어서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대다수 사람들의 진정어린 마음을 왜곡하고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목격한다는 것은 참사 소식만큼이나 참담하고, 분노를 넘어 서글프기까지 하다. 바로 한국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파병 경쟁이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부는 지진 참사가 전해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해병대 병력 약 2,200명을 아이티로 긴급 배치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약 1만 1천여 명의 군 병력(기존에 주둔하던 병력 포함)을 아이티 전역과 그 인근에 전개했으며, 캐나다도 약 2천 명의 군 병력과 2척의 군함을 현지로 급파했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유엔 평화유지군인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에서 가장 많은 1,266명의 군 병력을 파병했던 브라질도 추가 파병을 계획 중에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도 현재의 9천 명 수준인 아이티 평화유지군을 1만 2천 5백 명 선으로 늘리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 정부까지도 유엔의 요청을 구실삼아 한국군을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아이티에 서둘러 파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러한 각국의 파병 경쟁에 대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 아이티에 전쟁이라도 난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현재 아이티 국민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시 당연히 식량과 물, 의약품과 의료진, 파괴된 수도와 전기 등의 사회기반시설의 복구, 안전한 잠자리 등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유엔 등의 국제기구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구호품과 의료진, 구호요원들을 보낼 것인가와 어떻게 하면 그런 외부의 도움이 더 효과적으로 아이티 국민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왜 너도나도 군인들을 못 보내서 안달인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 대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기사들을 보라고, “굶주린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경향신문 1월 18일자)는 상황에서 치안과 질서를 회복해야 구호품도 전달할 수 있지 않냐고, 그러니 무장한 군인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냐고 말이다. 얼핏 그럴 듯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과 편견을 잠시 접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물음들을 하나씩 이어가보자. 지금 왜 아이티 국민들이 “미쳐가고 있”을까? 재차 말하지만, 식량 등의 구호품과 의료진과 약품, 방역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이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에서 속속 쏟아져 들어온다는 구호품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할 뿐이고, 거리에는 파란 헬멧을 쓰고 총으로 중무장한 외국 군인들과 기자들만 넘쳐난다. 게다가 미 공수부대원들은 이 와중에 마치 군사작전 하듯 헬기를 타고 생뚱맞게 대통령궁을 ‘장악’했단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티 국민들은 스스로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저들은 우리들 생명보다는 자기네 정치적 잇속에만 관심이 있구나’하는 결론 말이다. 그 다음은 각자 알아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약탈과 구호품을 둘러싼 폭력과 혼란, 무질서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아이티 국민들은 이미 외국 군대에 의해 자신들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짓밟히고 훼손되는 경험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다. 즉, 91.8%라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당선된 장 베르뜨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2004년 2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 쿠데타에 의해 나라 밖으로 쫓겨난 뒤, 바로 그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군인들로 구성된 지금의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이 아이티에 파병됐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생활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복귀를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을 거부해온 것은 다름 아닌 유엔이었고, 과거 군부정권 시절 인권침해로 악명 높았던 인물들을 아이티국립경찰로 등용하고 훈련시킨 것 역시도 유엔 평화유지군이었으며, 그들은 풀뿌리 지역자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조직 구성원들을 아이티경찰이 체포, 고문, 살해하는데도 수수방관해왔다. 심지어, 2005년과 2006년 유엔평화유지군이 직접 시떼 솔레유 빈민가에서 수십 명을 학살한 것을 비롯해 인권침해의 가해자로 둔갑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진 참사 이후에 이어진 혼란과 무질서의 본질적인 뿌리는 르네 쁘레발 현 정부의 무능(물론 사실이지만)이나 아이티 국민들의 미성숙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엔과 국제사회의 편파성과 자기 잇속 차리기, 그리고 무책임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한국군을 아이티에 파병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과연 이러한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라도 한 것인가? 도대체 왜 굳이 군대를 보내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아이티 국민들을 걱정하고 돕고 싶다면(아니 도와야 한다), 그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즉, 갖고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서 먼저 아이티의 지역사회와 접촉할 것을 권한다. 지진 때문에 잠시 그 존재가 잊혀져있지만, 아이티에는 지금도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풀뿌리 조직과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기네 지역과 사람들을 잘 알고 있으며, 외부에서 전해진 구호품과 의료진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갖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유엔과 각국 정부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제안이자 방안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의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유엔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한다. 아이티에 대한 파병 경쟁을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아이티의 주권과 존엄, 인권을 보장하는 바탕 위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을 신속히 집행하라.

2010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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