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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5월 29th, 2013 | by 경계를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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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라크 전쟁 10년, 끝나지 않은 비극

10년 전 오늘인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연합국 군대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미국은 4월 9일 바그다드를 함락했다고 발표했고, 그 이후로 장기간의 군사 점령이 이어졌다. 그리고 2011년 말, 오바마의 종전 선언과 함께 미군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워싱턴에선 그렇게 전쟁이 끝났을지 몰라도, 이라크 민중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쟁과 점령은 이라크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한국 전쟁이 한반도에 남긴 것들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라크의 비극은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0년 동안 최소한 12만 명 (Iraq Body Count, 2013.3, www.iraqbodycount.org)에서 최대 103만 명 (Opinion Research Business, 2008.1)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알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민간인 사망자 수를 전혀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군에 의한 민간인 사상자의 절반 이상이 2003년 침공과 2004년 팔루자 포위작전에서 발생했다. 15세 이상 이라크 여성 10명 중 1명은 미망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이라크의 난민은 168만 명가량이다.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2013.1, http://www.unhcr.org/cgi-bin/texis/vtx/page?page=49e486426&submit=GO) 이 중에는 외국으로 망명한 이들도 있고,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이들, 그리고 이라크 내부에서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이들도 있다. 바그다드에만 50만 명의 난민이 살고 있고, 이들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의 팔루자 학살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후 팔루자에서는 선천성 심장 기형 등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 비율이 매우 증가했다. 팔루자 종합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 비율은 1000명당 147명으로, 이는 국제 기준의 다섯 배가 넘는 수치다. (<Iraq: After Americans>, 2012, http://64.22.112.82/~ifisorkr/2013/05/29/iraq-docu-1/)

아기와 그 부모의 몸에서는 농축 우라늄과 수은 등이 검출되고 있다. 미군이 사용한 백린탄, 열화우라늄탄 등의 무기가 이런 비극을 낳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전쟁기간 동안 비인도적 무기들이 엄청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발암률과 기형아 출산율은 끔찍하게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 호언장담했던 수도시설 확충이나 전기 공급 안정화, 의료 인프라 구축 등의 국가 재건계획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라크 사람들은 전쟁 이후 물 부족, 전기 부족에 늘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공공서비스 확충이 너무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실업 역시 만연한 상황이다. 작년, 이라크 중앙은행은 이라크의 실업률이 46%에 달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한국의 실업률은 현재 약 4%이다.

한편, 외국의 거대한 석유기업들은 남부 지역의 유전에서 기록적인 양의 석유를 퍼내고 있다.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인 CNPC와 영국의 BP 등이 남부의 루마일라 유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작년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350만 배럴에 이르렀다. 그러나 석유에서 발생한 이득은 이라크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석유 회사들은 본국에서 노동자를 데려오고 있으며, 이라크인의 고용을 보장할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점령기간 동안 산업이 해체되면서 경제는 파괴되었고, 이라크 경제는 곧 외국 자본의 먹잇감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에 경비, 재건, 군수지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참여한 민간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1,380억 달러(약 158조 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기업은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회장으로 재임한 적이 있는 미국의 에너지기업 할리버튼의 자회사 KBR이다.

미군이 철수한 후, 종파 간 갈등과 폭력은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은 수니파 정당인 바트당을 축출한다는 명목으로 종파에 의해 통치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아파 총리인 누리 알 말리키는 사실상 독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라크 사람들은 특정 종파가 득세하는 점령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지 않으면 이라크는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시로 발생하는 종파 간 폭력사태는 사람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관계자를 겨냥한 암살이나 차량폭탄 테러 등으로 미군 철수 이후에만 수천 명의 사람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바그다드에 구역별로 세워져 있는 이중폭파방지벽은 이러한 불안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점령기간 동안 아부 그라이브를 비롯한 미군의 수용소에서 불법 구금, 구타, 고문, 성폭력 등의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가해자들은 은폐되어 있다. 그 모든 인권침해를 당한 이들은 어떻게 구제받고 보상받아야 하는가. 피해자의 삶은 계속되지만, 가해자의 처벌은커녕 사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점령군뿐만 아니라 이라크 보안경찰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이라크 정부는 불안한 치안 상황 등을 핑계로 반-테러법을 악용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불법 감금하거나 고문, 폭행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를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인권, 평화, 번영, 민주주의, 해방과 같은 가치들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이라크에서 보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한 국가들은 이라크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빼앗았다.

미국, 영국, 한국 등 이라크를 침공한 국가들은 이라크 전쟁의 부당함을 밝히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라크인들의 삶을 파괴한 전쟁범죄와 그 가해자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전쟁을 지지한 이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이들, 전쟁으로 이득을 얻은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3-03-10
수영 | 경계를 넘어

* 이 글은 참세상 www.newscham.net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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